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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종말:잊히지 않는 상처와 포옹하다(미로슬라브 볼프) ivp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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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과거는 기억을 매개로 해서 지금의 현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인간 존재는 시간에 매여 있기에.

과거의 경험, 곧 기억은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초이며 나아가 가족과 지역, 민족과 국가라는 공동체가 공유하는 기억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의 경험 대부분은 곧 잊힐 정도로 평범하게 반복되고, 가끔씩 기쁜 일이 우리를 즐겁게 하지만 우리 인생엔 슬프거나 불행한 일들이 더 많고 우리 삶을 더 크게 지배하는 것 같습니다.

유년의 행복이나 행복했던 청춘의 기억으로 평생 산다고도 하지만, 짧지만 강렬한 불행의 기억이 남은 일생을 쥐고 흔드는 일들은 더 흔해 보입니다. 한 번의 고통스런 경험으로 인생전체가 흔들리기도 하고 결국 그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는 상태까지 가기도 하고 끝내 극단적인 결정으로 막을 내리는 일도 요즘 뉴스에선 흔한 일이지요.

공동체의 차원에서도 가깝게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의 수난의 기억과 근대 민주화의 역사에서 경험한 고통 받았던 이야기들은 공동체 전체가 감내하는 고통의 기억입니다.

가해자를 향해 있는 피해자의 고통의 기억, 그리고 그걸 바라보며 공감하는 자로서 정의와 사랑의 관점에서 올바로 기억하기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기억해야하는 것일까요?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최대의 명령을 부여 받는 그리스도인에게 고통의 기억은 개인적으로 또 공동체적으로 가볍게 넘기거나 억누르며 가슴에 품고 그냥 지내기엔 너무 큰 가시입니다. 용서를 하긴 해야겠는데 정의를 세우며 미래를 바라보고, 억누름이 아니라 우리를 더 큰 자유와 성숙으로 이끌 방법은 무엇일까요?


미로슬라브 볼프는 유명한 신학자이지만 이 책에서 피해자로서의 개인의 아픈 경험에서부터 시작해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일제 강점기 같은 민족적 상황 속에서 평범한 인생을 뒤흔든 개인사를 경험하며 받은 부당한 고통을 통해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올바로 기억하기’란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악행의 기억은 이중적이기 때문에 즉, 선의 근원인 만큼 악의 근원이기도 하기에, 기억하라는 명령을 받아들인다면 그 기억이 저주가 아니라 축복을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의무가 주어지므로 진실하고 회복에 보탬이 되는 방식으로 기억해야함을 주장합니다.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롭게 싸우고 가해자와 화해하는데 필요한 동기부여와 정보를 기억을 활용해 얻어야하고 구약과 신약성경의 출애굽과 그리스도의 수난이라는 신성한 기억의 렌즈를 통해 악행의 기억을 바라 볼 때, 해를 끼치는 기억이 아니라 유익을 주는 기억이 가능하다고 말 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이 바라는 종말의 하나님의 나라에서의 화해와 기억의 종말이 어떠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며 그 날을 꿈꾸게 합니다.

미래를 꿈꾸지 못하게 막는 고통의 기억을 정의와 사랑의 하나님 신앙 안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진지한 그리스도인에게 소망을 품고 기억의 종말로 이끄실 하나님의 그 날을 기다리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몰트만의 이야기가 머리에 맴돕니다.

하나님의 약속이 그들의 미래를 규정한다.’